창 28:16 야곱이 잠이 깨어 이르되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
베델에서 야곱은 하나님을 경험한다. 계산적 모태신앙인이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비로소 인격적 만남을 가진 것이다. 고단한 크로노스의 길에서 카이로스의 은총이 그에게 돌입했다. 사실 야곱에겐 이런 은총을 받을만한 조건이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금식하며 기도한 것도, 인생을 걸며 충성을 맹세한 적도 없었다. 그런 그에게 하늘이 열렸다.
신자에겐 중생이 이와 비슷하다. 지식으로 알던 하나님을 실제로 체험한다. 하나님의 존재를 느끼며 죄인됨에 대한 자각과 함께 애통함이 밀려오고 예수께서 구원자되심을 절감한다. 아직 삶 자체가 변화되려면 좁고 먼 길을 가야 한다. 여전히 육신은 건재하고 거짓자아는 견고하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을 깨닫는다. 시작인 것이다.
브엘세바도 아니고 하란 땅도 아닌 중간 노정에서 만난 하나님은 야곱에게 나타나셨다. 어느 곳에나 계신 하나님임을 알려주신 것이다. 지금도 나의 눈이 열리면 베델의 야곱처럼, 보좌의 환상을 보았던 이사야처럼, 새 예루살렘을 본 밧모섬의 요한처럼 성전이든 골방이든 운전중이든 베델의 은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신자이다. 구하는 자가 얻는다. 이런 영적 조우(encounter)가 십자가의 길을 걷는 이에게 활짝 열리기를 소망한다. 야곱같은 나에게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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