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 9:52-53 아비멜렉이 망대 앞에 이르러 공격하며 망대의 문에 가까이 나아가서 그것을 불사르려 하더니 한 여인이 맷돌 위짝을 아비멜렉의 머리 위에 내려 던져 그의 두개골을 깨뜨리니
아비멜렉의 허망한 죽음은 야고보서의 선고를 상기시킨다.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그 죄가 장성하여 사망을 낳는 낭패의 사이클이다. 그로서는 이제 쿠데타를 진압하는 막바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불을 지르기 위해 망대 밑에 바짝 접근했다가 여인이 던진 맷돌 위짝에 즉사하고 만다.
사람에겐 부패한 본성이 지니는 취약함이 있다. 이 약점을 말씀으로 메꾸지 않으면 탐심이 들어오고, 탐심의 만족을 위해 악행을 저지른다. 그 악행은 계속 죄업을 쌓게 하면서 결국 심판의 집행을 부른다. 분노에 휩싸인 아비멜렉은 사리를 분별하지 못했다. 망대 밑에 무리한 접근을 했다가 어이없는 종말을 맞는다. 눈에 보이는 게 없었던 것이다.
여인의 맷돌은 반전을 가져왔다. 왜 건장한 남자들은 그 생각을 못했을까. 아마도 두려움에 질렸을 가능성이 크다. 아비멜렉이 행한 무자비한 탄압으로 겁먹은 나머지 역시 사리분별이 안 되었을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탐심이나 죄업에 대한 대가를 치룬다. 돌이키면 어처구니 없는 판단과 선택들로 기막혀 하는 경우다. 부단히 영성을 다듬고 성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늘도 내 안에 쌓여지는 어두움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