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9:14-15 내가 구름으로 땅을 덮을 때에 무지개가 구름 속에 나타나면 내가 나와 너희와 및 육체를 가진 모든 생물 사이의 내 언약을 기억하리니 다시는 물이 모든 육체를 멸하는 홍수가 되지 아니할지라
불은 타고 나면 재라도 남지만 물이 지나간 자리에는 남아 있는 게 없다는 말이 있다. 자연세계가 사람으로 인해 끔찍한 연대책임을 지는 것이 부담이 되셨을까. 하나님은 다시는 물로 세상을 심판하지 않기로 작정하셨다. 그 징표로 무지개가 뜨게 하셨다. 사람들이 다시 죄를 범치 않으리란 보장이 없음에도 하나님은 스스로 활동을 제한하셨다.
무지개는 사람보다도 하나님을 향한 기억 장치(reminder)였다. 노아를 향한 언약은 홍수에 대한 인류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약재가 되었다. 무지개가 가르쳐주는 분명한 사실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결코 노아 홍수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언약은 사람의 반응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은혜로 설정하신 것이다.
특별한 자연 현상 하나도 이런 은혜를 담고 있다면 하나님의 아들의 피가 묻은 십자가는 더욱 대단할 수 밖에 없다. 십자가의 언약은 그 언약을 붙드는 자에게 죄와 저주가 철폐되고 지옥문을 닫게 하는 은혜를 누리게 한다. 단지 심판의 면제만이 아니다. 영원한 축복이 활짝 열리게 한다. 무지개가 감사하지만 십자가에 비할 바 못 된다. 믿는 마음으로 십자가를 바라보면 십자가에 담긴 약속이 풀어지기 시작한다. 하나님은 십자가 언약 앞에 꼼짝 못하시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