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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중물


 

계속되는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럴때면 어린 시절, 필요할 때마다 시원한 물을 길어 쓰던 때가 떠오릅니다. 앞마당과 공동 우물에서 펌프질 하던 때 한국의 근대화 시절을 살던 분이라면 대부분 펌프질을 해보신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동네복판에 설치된 공동펌프를 쓸 때면 물통으로 줄을 세웠다가 차례가 되어 물을 채우고는 물지게를 지고 조심조심 집으로 돌아가던 추억들, 그러다가 집 안마당에 따로 펌프를 설치할 때는 물을 긷는 수고를 덜게 되었다는 생각으로 신났던 기억도 아련합니다. 그러나 펌프는 조금만 내버려 두면 고여 있던 물이 속으로 잦아들어 매번 마중물을 붓고는 열심히 펌프질을 해야 물이 다시 올라 오곤 했습니다. 처음 몇 번인가는 헛도는 듯 하다가 묵직한 감을 손 끝에 느낄 때면 시원한 물이 솟아 올라와서 작은 성취감을 느끼게도 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지요. 마중물! 그 물이 없다면 펌프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그래서 늘 펌프 곁에는 물을 담은 양동이를 놓았습니다. 새로 펌프질을 할 때마다 부을 수 있는 마중물을 예비해놓는 것입니다. 예전 아말고사 사막에 펌프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곳에는 이런 글이 씌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 펌프는 정상입니다. 바위 밑에 있는 물병의 물을 펌프에 부은 후 펌프질을 하십시오. 생수가 솟구칠 것입니다. 주의 : 사용한 후에는 다음 사람을 위해 반드시 물병에 물을 채워 놓으시오” 펌프에게 마중물은 펌프의 존재 자체보다 더 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목회를 하면서 교회가 펌프와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메마른 대지에 지하로부터 솟구치는 물을 얻게 하는 펌프처럼 교회는 메마른 이 세상에 시원한 생수를 공급하는 출구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주일이 되어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로 오시는 분들을 보면 마치 생수를 얻기 위해 마음의 물동이를 이고 오시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교회라는 펌프를 가동하여 생수를 끌어 올리게 하는 마중물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소망입니다. 교회는 소망이라는 마중물을 부어 목마른 인생을 적시는 생수를 끌어 올리는 곳입니다. 어떤 면에서 세상살이란 절망의 웅덩이들이 입을 벌리고 있는 광야에서 아슬아슬 곡예를 벌리듯 이리저리 그 웅덩이들을 피하며 길을 가는 것과 같습니다. 질병의 웅덩이, 사건이나 사고의 웅덩이, 재정적 압박이라는 수렁, 또는 피곤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웅덩이 등등…그래서 세상살이를 힘있게 감당해내려면 소망이 필요합니다. 소망은 인생의 걸음을 힘있게 합니다. 소망은 웅덩이에 빠져도 빠져 나오게 합니다. 소망은 피곤을 이기게 합니다. 심지어 소망은 죽음의 사자조차도 쫓아내는 힘을 발휘하게 합니다.

2차 대전 당시,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였던 빅터 프랭클은 유대계라는 이유로 가족들과 함께 죽음의 수용소에 이송됩니다. 가족들이 다 죽어 나가는 비극 속에서도 그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습니다. 그로 하여금 죽음의 수용소가 주입하려 했던 그 죽음의 독극물조차 무력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소망이었습니다. 그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소망을 품었습니다. 수용소에서 살아 나가서 비엔나대학의 교양강좌에서 수용소체험을 주제로 한 심리학 강의를 하게 되는 그 날을 꿈꾸었고, 마음에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목표삼아 수용소생활을 마치 자료관에 간 것처럼 생각하고 체험들을 분석하고 정리하고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전후 비엔나대학의 교양강좌 시간에 자기가 소망했던 그대로, 자기가 준비했던 그대로를 강의하게 됩니다. 비극적 현장의 검증을 거친 실제적인 제안 앞에 온 세계는 귀를 기울여 경청했고 그는 마침내 ‘의미요법’(Logotherapy)의 창시자가 되어 프로이트와 융과는 다른 맥락으로 새로운 영역의 심리치료요법을 개발하면서 명성을 얻게 됩니다.

교회는 사람의 영혼 속에 소망이라는 마중물을 부어 삶의 무게와 압력으로 곤고한 분들에게 그 압력을 능히 견디게 할 만한 힘을 공급하는 곳입니다.

연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암센터 소장인 이희대 박사님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유방암 권위자입니다. 그 분은 암을 치료하는 의사이면서도 동시에 환자이기도 합니다. 4기 대장암 환자, 12번 치료를 받았고 10번 재발한 병력을 지니고 있는 분입니다. 5번 수술 중에 3번은 간을 잘라내는 대수술이었고, 골반 뼈에도 암세포가 전이되어 뼈를 잘라내는 수술도 해야 했습니다. 2003년 6월에 이미 4기의 상태였지만 그 분은 계속해서 의사로서 의료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비결은 ‘영적 힘’에 있었고, 투병 중 심방오신 조용기 목사님의 이사야서 53장의 말씀을 듣고 소망을 가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분은 암 4기를 넘어 ‘생명의 5기’를 선언하며 질병의 웅덩이가 채우려 했던 절망의 족쇄를 거부한 것입니다. 교회가, 그리고 그 교회를 통해 얻는 소망이 얼마나 힘이 있는가를 체험적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행복과 성공에 밑거름이 되고자하는 소원을 품고 힘쓰는 한 마당이기도 한 것입니다.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절대절망의 상황에서도 절대희망의 동력을 나누는 이 현장에서 여러분들을 뵙게 되기를 기대하며 독자 여러분 모두의 걸음마다 주님의 돕는 은총이 넘치게 되시기를 성심으로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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