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4:7 누가 너를 남달리 구별하였느냐 네게 있는 것 중에 받지 아니한 것이 무엇이냐 네가 받았은즉 어찌하여 받지 아니한 것 같이 자랑하느냐
내게 있는 것 중에 받지 않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 사람에 따라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다. 나는 긴 편에 속했다. 누구나 다 비슷한 생존 조건을 지니고 비슷하게 살아가다보니 구별되었다는 확신을 가지기도 쉽지 않았다. 상식적 가치관, 세속적 가치관이 빚어내는 오류였다. 목표 지점을 향해 가다보니 이루지 못한 부분만 눈에 보였고, 원하는 것과 현실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격차에서 오는 실망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욥에게서도 비슷한 기조가 보였다. 원래 받은 것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한 순간에 받은 것이 사라지자 자신의 출생을 한스러워 하고 자신의 존재를 비참하게 폄하했다. 자녀들의 제사까지 빠짐없이 챙기던 사람이었지만 박탈감이나 비교의식에 속절없이 휘둘렸다. 물리의 세계에서 물질을 의존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인간의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그 한계를 넘게 해준 것은 현현하신 하나님이 주신 각성의 은총이었다. 신앙의 고비를 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은총이다.
만일 욥에게 하나님이 나타나지 않으셨다면 욥은 계속 항변하며, 비교하며, 부조리의 원인을 궁구하면서 시간을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 하나님과의 깊은 만남이 현실적 부조리와 모든 의문을 잠잠케 했다. 그제사 받은 것에 대한 폭과 깊이를 실감하게 된다. 본문이 ‘우러나오는 감사와 찬양’이 아니라 ‘지식이나 교리’로 다가오는 사람은 영적 각성이 필요한 자리에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거 같다. 본문은 나의 가치관과 신앙관의 속내를 살피게 하는 바로미터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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