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1:17 재판은 하나님께 속한 것인즉 너희는 재판할 때에 외모를 보지 말고 귀천을 차별 없이 듣고 사람의 낯을 두려워하지 말 것이며 스스로 결단하기 어려운 일이 있거든 내게로 돌리라 내가 들으리라 하였고
신명기는 일종의 회고담과 함께 유언적 성격을 지닌 모세의 권면이다. 그 대상은 가나안을 정복할 출애굽 제 2세대이다. 광야에서 40년 세월을 지나며 1세대들이 죽은 다음 새롭게 중심세대가 된 그들에게 율법을 전승하는 것이다. 내가 받은 은혜, 내가 깨달은 진리를 자녀들과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신명기는 그 존재 자체로 신앙의 전승이라는 묵직한 소명을 강조한다.
모세가 선발한 중간리더들은 전시엔 지휘관이고 평시에는 재판관이다. 모세는 그들에게 공정한 재판을 강조한다. 사회적으로 공정한 판결과 판단으로 존경받는 법조인들이 많다. 그들 중에는 공정한 판결을 위해 고심으로 밤을 지새는 일도 허다했다. 억울한 사례의 가능성 때문에 판결 종료 후에도 평생 마음의 짐을 거두지 못한 판사들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 반대의 경우도 허다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팔은 안으로 굽는다.’ 등의 표현은 재판이 항상 공정한 것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예수님도 불의한 재판관의 비유를 사용하실 정도 아니었던가. 이 세상엔 그런 부조리가 엄연히 존재하고 그 고통을 걸머진 억울한 민초들의 원한이 적지않다. 권력과 돈에 의해 정의가 왜곡되는 구조악을 접하면 칸트가 말한 것처럼 ‘지옥은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표현에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나 자신도 그렇게 굽어진 판단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떤 일이나 사람에 대해 판단하거나 결정하는 과정에서 오류의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관계에서 오해와 갈등이 일어나는 대부분의 이유다. 모세의 말은 분명하다. 재판, 즉 판단은 ‘하나님께 속한 것인즉’ 내가 하기보다 먼저 하나님께 여쭈어봐야 한다. 말씀에도 비추어보고 가급적 음성도 들으려 집중해봐야 한다.
*저의 판단을 주관하사 진리와 사랑과 공정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게 깨우쳐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