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18:11 예수께서 베드로더러 이르시되 칼을 칼집에 꽂으라 아버지께서 주신 잔을 내가 마시지 아니하겠느냐 하시니라
스승이 체포될 때 그나마 칼을 빼든 사람이 베드로였다. 그 상황에서 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방법 중의 하나였다. 다른 경우가 있다면 자신이 전날 밤 식사 자리에서 호언했던 것처럼 옥에도 죽는 데에도 함께 가는 것이었다. 베드로는 함께 하는 것보다 칼을 선택했다. 그게 안 통했을 때 그는 멀찍이 달아났다. 그는 그 상황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인간의 한계였다.
칼을 빼든 것은 상식적으로 타당했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 멀찍이 달아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스승을 팔아먹은 제자도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제자들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드러냈다. 그러나 그 수준은 하나님의 경륜에는 끝자락도 안 닿았다. 내가 생각하고 선택하는 대부분의 판단과 결정들이라는 게 이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
베드로가 칼을 생각했을 때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주신 잔을 생각하고 계셨다. 하나님의 길과 사람의 길이 이렇게 다른 것이다. 예수께서 재판받으실 때 하늘에는 천군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베드로의 칼은 대안이 아니었다. 그간 내가 판단하고 행했던 일들이 베드로가 빼들은 칼과 같은 경우가 얼마나 많았을까. 내 딴에는 최선이라 생각한 일들이 주님 보시기에는 아닌.. 그런 경우들이다.
훗날에 베드로 역시 아버지께서 주신 잔을 마시게 된다. 그 때에는 칼을 빼드는 실수를 다시 하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그 수준에 이를까. 칼은 내 안의 육신을 향해 빼들 일이다. 주님의 오래참으심이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