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우

희망의 시작, 기다림


에세이 ‘연탄길(이철환 저)’ 가운데 ‘소중한 희망’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화가 병희는 3층 벽돌건물 1층에서 화실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 건물 3층에 얼마 전 한 여인이 이사를 와서 화실 앞을 자주 지나갔습니다. 그녀는 늘 아기를 업고 3층으로 이어진 층계를 오르락내리락 다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아기를 등에 업은 채 한쪽 눈을 꼭 감고 계단 난간을 붙잡으며 마치 시각 장애인이 길을 더듬듯 걸었습니다. 하루는 이 아이 엄마가 비를 피하기 위해 화실에 들어왔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화가는 엄마의 등에 업혀 웃고 있는 아기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다가갔습니다. 그때 화가는 너무 놀랐습니다. 아기의 오른쪽 눈이 흉한 모습으로 감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며칠 후 아이 엄마가 다시 화실로 찾아와 서류봉투 안에서 아기의 사진 한 장을 내 놓았습니다. “얼마 전 아이 돌 때 찍은 사진인데 이걸 그려주실 수 있나요?” 라고 화가에게 물었습니다. 화가가 가능하다고 하자 아이 엄마는 “실은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요. 어려우시겠지만 제 아기의 오른쪽 눈을 아프지 않은 정상적인 눈으로 그려 주실 수 있나요?” 이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된 화가는 곧바로 아기의 인물화를 정성을 다해 그렸습니다. 며칠 뒤 완성된 그림을 본 아이 엄마는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자기 집에 이 화가를 초대했습니다. 화가가 3층집을 방문했을 때 좁은 거실의 한쪽 벽에 아기 그림이 소중하게 걸려 있었습니다. 아이 엄마는 그 그림이 너무 좋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화가 선생님, 저는 아기에게 꼭 이런 눈을 주고 싶어요. 아기가 더 크면 아기에게 내 눈을 이식해줄 거예요. 그러면 저 그림처럼 내 아기도 예쁜 눈을 가질 수 있겠지요? 그래서 저는 지금부터 한 쪽 눈으로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답니다. 한 쪽 눈으로 밥을 먹고, 계단을 내려오고, 또 길을 걸어도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그 순간 비로소 화가는 이 여인이 한쪽 눈을 감고 다닌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 엄마는 자신의 눈으로 아기의 희망이 되고 싶어 했던 것입니다.

‘연탄길’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아기를 떠올리며 "아가야, 엄마의 사랑을 믿으렴. 사랑을 믿는 한 너에게는 희망이 있단다."라는 대목이었습니다. 화가는 자신이 그린 작은 눈동자 하나가 엄마와 아기의 소중한 희망이 되어 기쁨으로 기다리는 삶을 준 것에 보람을 느낀 것입니다. 사람에게 희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글귀입니다. 희망은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 됩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힘들어 하거나, 죽음을 생각하고 그것을 실행하기도 합니다. 인기와 부를 누리던 사람들이 절망감에 빠져 목숨을 끊은 소식은 더 이상 놀랍지 않을 정도입니다. 사람은 돈으로 사는 게 아니라 희망의 힘으로 살아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쉽게 희망을 포기하거나 놓쳐 버립니다. 가장 큰 이유는 희망이 ‘기다림’ 속에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일들은 기다림에서 시작됩니다. 태중에 아이를 가진 엄마는 아이의 잉태를 기다리고, 낳은 이후에는 그 아이의 성장을 기다립니다. 청춘남녀는 사랑할 이성을 기다립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은 새 집으로 이사 갈 날을 기다리며 준비 합니다. 입원한 환자들은 병의 치료와 빠른 회복을 기다립니다. 사실 기다리지 않고 이루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기다림 속에서 방향을 잡고 앞을 향해 나아가며 성취를 바라보게 됩니다. 기다릴 때 바라는 희망을 이룰 수 있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기대와 소망이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기다림이 없다면 이미 절망하고 실패한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복음서에는 오랜 세월 희망을 기다렸던 사람이 나옵니다. 그는 38년 동안이나 병든 몸으로 살던 중 베데스다 연못가 언덕에 누워 있었습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던 그는 물이 움직일 때 가장 먼저 뛰어든 사람은 어떤 병이든지 낫게 된다는 소문을 듣고 베데스다 연못을 찾았던 것입니다. 자신의 힘으로는 연못물에 뛰어들 수 없었음에도 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38년의 세월을 기다려 왔습니다.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기다림으로 희망을 놓치지 않았을 그때, 드디어 예수님을 만나 “네가 낫고자 하느냐? 일어나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는 말씀 한마디로 병을 치료 받았습니다. 캄캄한 어두운 밤이라야 별이 빛을 내듯이 희망은 절망 속에서만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반면 기다림이 없어질 때 그 순간 현실은 절망이 됩니다.

만약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거나, 더 이상 절망할 것도 없다고 낙심이 되십니까? 인생 속에서 때때로 절망과 좌절이라는 거대한 벽이 앞을 막아설 때가 있습니다. 그럴지라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희망을 가진 자 앞에서 그 벽은 기회의 사다리가 된다는 것입니다. 절망의 장벽이 높을 지라도 그 높은 곳에 희망이 매달려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기다림의 과정 속에서 희망을 놓치지 않는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기다림의 과정 속에서 꿈은 자라나고, 실패와 좌절은 과정에 불과하게 되고, 가능성은 실제가 될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희망은 현실로 바뀌어 질 것입니다.

나의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라 무릇 나의 소망이 그로부터 나오는도다 오직 그만이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원이시오 나의 요새이시니 내가 흔들리지 아니하리로다 (시 62:5-6)

#정재우Josh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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