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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자세


 

해외여행이나 이민과 유학을 통해 외국 생활을 할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익숙해진 습관으로부터 그 나라의 상황이나 문화에 맞추는 것입니다. 저 역시 영국에서 선교사역을 할 때 적응하는 기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적응기간 중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은 운전할 때였습니다. 영국은 오른쪽 주행이 아닌 왼쪽 주행으로 차선이 우리나라와 정반대입니다. 차량 손잡이도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 있고, 교통신호 역시 반대입니다. 그동안 익숙한 한국에서의 운전 자세로는 영국에서 직접 운전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한국에서의 운전습관을 내려놓고 현지에 적응할 결심을 하고 복잡한 런던 시내 한 복판을 직접 차를 몰고 나갔습니다. 한국에서 운전할 때와는 정반대로 모든 자세를 바꿔야 했지만 막상 부딪혀 보니 그날 이후부터 운전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운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타국에서의 원할한 삶을 위해서는 기존의 방법을 바꾸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 하면서 믿음으로 산다는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아담의 범죄로 죄가 들어온 이후 인간은 타락과 심판, 영벌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로 인하여 가난과 질고와 저주를 운명인 것처럼 받아들이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으로 인하여 인간은 사망에서 생명으로, 저주에서 축복으로, 영벌에서 영생으로 옮겨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죄와 어둠의 나라에서 사랑의 아들의 나라로 신분과 영적인 국적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구원 이후에도 전에 속해 있던 죄와 저주의 ‘현실’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음으로 여전히 의심과 불신앙으로 환경에 눌려 지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살면서 겪게 되는 현실은 ‘사실(fact)’이란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병으로 인한 통증,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한 주변 상황, 풀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인간관계, 현실 속에서 보고 겪고 듣고 느낀 사실들이 주는 힘으로 인해 절망합니다. 중요한 것은 현실이 뿜어내는 이 사실성의 힘을 극복하지 못하면 믿음으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살아가는 삶에서는 현재 무엇을 가지고 있고, 어떤 환경에 둘러싸여 있는가 하는 ‘현실’보다 그것을 해석하는 ‘관점’의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사사시대 때 이스라엘은 적국 미디안의 위협 앞에 떨고 있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당연히 미디안의 위협 앞에서 뒤집어 해결할 영웅을 간절히 간구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하나님께서는 그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과 똑같이 겁에 질려 나약해 있던 기드온에게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야훼의 사자가 기드온에게 나타나 이르되 큰 용사여 야훼께서 너와 함께 계시도다 하매’(삿 6:12) 하나님은 소심한 기드온을 향해 ‘큰 용사’라 부르셨습니다. 하나님은 기드온에게 큰 용사를 보내시지 않고 큰 용사의 관점을 가지게 하셨습니다. 기드온이 처한 현실에 비추어본다면 말도 안되는 호칭이지만 하나님의 관점은 달랐습니다. 관점, 즉 자세가 달라지면 사실성의 힘을 능가할 수 있게 되고, 사실성의 위력이 제압되면 환경은 더 강한 자를 따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복을 주실 때, 먼저 관점과 태도를 축복하십니다. 관점과 태도가 축복의 영역에 들어오면 그 다음 함께 하시는 하나님께서 필요한 것들을 공급하시기 시작합니다. 필요한 지혜와 분별력과 용기와 담대함을 주십니다. 즉, 사실과 환경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시는 것입니다.

현실을 압도하는 큰 용사의 관점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하나님을 통해서 열리게 됩니다. 기드온 역시 ‘야훼께서 함께 계시기에’ 큰 용사로 불려질 수 있었습니다. 믿음이란 문제나 환경이 아닌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즉, 믿음은 염려나 두려움에 나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에 의탁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지금 삶에 놓여있는 ‘현실’은 어떤가요? 그 이전에 먼저 현실을 바라보는 나의 ‘자세’는 어떤가요? 지금 처한 환경은 결코 우리를 불행으로 몰아넣는 근원이 아닙니다. 환경에 영향 받는 내 마음이 문제인 것입니다. 환경을 바꾸는 것은 나의 ‘자세’입니다! 늘 하나님에 대한 찬양과 감사의 자세로 성령의 임재 가운데 살아가는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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