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우

내리사랑


5월이 되면 남극은 평소보다 추워지며 해가 뜨지 않는 어두운 빙원(氷原)이 된다고 합니다. 그때 펭귄 부부는 산란기를 준비하면서 서로가 기막히게 역할 분담을 합니다. 남극 내륙 깊숙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 암컷이 먼저 알을 낳습니다. 곧바로 얼음 바닥에 놓인 알을 그때부터 수컷이 품기 시작합니다. 알이 부화되길 기다리는 동안 암컷은 새끼가 태어나면 줄 먹이를 위해 바다로 뛰어 들어가 새우와 작은 어류를 잡아먹으면서 뱃속에 저장해 놓습니다. 암컷이 바다로 떠난 동안 수컷은 그 알을 품고 몇 주를 지냅니다. 그 때 수컷은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서 자기 체중이 반으로 줄어드는 고통을 감수합니다. 드디어 알을 깨고 새끼가 나오면 수컷은 새끼를 위해 자기 몸 안에 있던 마지막 음식까지 토해내어 먹입니다. 이어서 음식을 몸에 저장한 채 바다에서 돌아온 어미 펭귄도 먹이를 새끼에게 줍니다. 수컷은 이제야 음식을 먹기 위해 급히 바다로 나아가지만 알을 품느라 꼼짝도 못하고 탈진해서 바다까지 나가지 못한 채 지쳐서 쓰러지고 맙니다. 자녀를 향한 극진한 부모의 사랑을 표현해주는 한 장면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뉴스를 통해 패륜범죄의 소식들이 자주 들려오는 요즘 시대는 부모에 대한 사랑과 감사가 무뎌진 불감증의 시대 같습니다. 부모는 단지 은행창구처럼 필요를 채워주는 곳이거나 나이 많아 늙어 가면 성가시고 부담스러운 존재로 비쳐집니다.

대표적으로 경제 위기와 긴박하게 변화하는 사회 흐름 가운데 중년의 아버지들은 기구한 세대가 되었습니다. ‘사오정(45세에 정년 퇴직)’ 세대로 지칭되며 일찌감치 직장을 떠나야만 하고, 노후는 불투명하며 자신들은 부모에게 효행하고도 자식에게는 기댈 것이 없는 ‘낀 세대’, 또는 ‘쉰 세대’가 되었습니다. 어머니들 역시 ‘엄마’라는 호칭을 갖게 되면서부터 자신을 위한 삶은 사라지고 모든 삶의 초점이 자녀에게로 향합니다. 그 사랑이 때로는 먹이가 없을 때는 자신의 몸을 뜯게 하여 새끼의 배를 채우는 거미각시와 같기도 합니다. 생리학자들에 의하면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완전한 모습으로 태어났지만 낳자마자 걸어 다니며 젖 먹는 동물(이소성離巢性)들과는 다르게 일정 기간 동안 부모가 먹여주고 보호해주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존재(취소성就巢性)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인간은 태어난 후에도 부모의 절대적 보호와 양육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부모는 본능적으로 자녀가 성장할 때까지 노심초사하고 내리사랑을 쏟습니다. 부모는 자녀를 향해 ‘낳으실 제 괴로움이 잊으시고, 기르실 제 애쓰는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자녀들은 부모의 다함이 없는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무뎌진 채로 살아갈 경우가 많습니다.

성경은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엡 6:1)고 말씀합니다. 꼭 성경 말씀이 아니더라도 인간 사회에서 부모 공경과 사랑은 보편적인 바탕이 됩니다. 왜냐하면 부모 자식 간의 질서가 무너지면 사회의 근본과 질서의 뿌리가 뽑혀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너는 이것을 알라 말세에 고통하는 때가 이르러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자랑하며 교만하며 비방하며 부모를 거역하며 감사하지 아니하며 거룩하지 아니하며’(딤후 3:1-2)라고 말씀합니다. 반대로 성경은 분명히 부모에게 순종하며 공경하는 자녀는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부모를 돌보는데 인색하거나 무관심할 때 그 인생의 과정 가운데서는 주님의 축복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참으로 부모의 사랑은 희생적이며 헌신적이며 자식을 향한 본능적 애착이요 애정입니다. 부모를 향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부모에 대해 아름답게 감사한 사연을 방송을 통해 본적이 있습니다. 남편과 사별한 후 딸과 함께 분식점을 하면서 어렵게 사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다니는 딸은 미술에 소질이 있어서 어려운 살림에도 딸을 위해 미술학원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소낙비가 굵은 줄기로 쏟아 붓기 시작했습니다. 분식점에서 일하던 어머니는 우산이 없이 나간 딸 생각에 일을 접고, 우산을 들고 미술학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어머니는 미술학원 앞에 도착해서야 급한 마음에 분식점에서 일하던 모습 그대로 온 것을 알았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가 밀가루가 덕지덕지 묻은 앞치마를 두른 상태로 온 자신의 모습을 부끄럽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윽고 미술학원 이층에 있는 딸아이의 모습을 발견한 어머니는 손을 흔들었지만 딸은 얼굴을 붉히며 모른 척 하며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자신을 창피하게 생각해서 나오지 않은 것에 너무 속이 상한 어머니는 딸과 한 달 동안 말을 안했습니다. 한 달 후, 딸이 미술대회에서 특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담임선생님께 들었습니다. 전시회에 간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란 제목의 딸이 그린 그림을 발견했습니다. 그 그림 속에서는 ‘우산 둘을 들고 밀가루가 덕지덕지 묻은 앞치마를 두르고 비속에서 딸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모습’ 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딸을 얼싸안고 행복에 눈물지었습니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다시 한 번 부모에 의해 태어나고 성장한 것을 깊이 되새기고 부모님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해야 합니다. 경제 한파와 여러 환경으로 힘겨워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여기저기서 듣게 됩니다. 분명한 것은 가족 사랑이 있는 곳에는 절대 절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정은 살아 있는 화초와 같습니다. 이 화초에 ‘사랑과 이해’라는 영양분을 주지 않으면 그대로 말라 죽습니다. 가족 서로가 사랑과 이해로 정성껏 가꿀 때 가정이라는 화초는 잘 자라면서 더욱 아름다운 향기를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열매인 희망을 가지고 일어설 수 있습니다. 많은 가정이 깨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가족 간의 사랑과 이해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더욱이 그 동안 생존 경쟁에 시달렸던 부모 세대에게는 무엇보다도 따뜻한 사랑과 이해가 담겨 있는 말 한마디가 필요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해요. 그리고 감사해요.”

#정재우Josh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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